ANNA SUI FALL 2017
컬렉션
런웨이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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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영혼

최근에 읽은 패션 디자이너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의 자서전 속에 담긴 그녀의 세계와 교우 관계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크리스티앙 베라르, 라울 뒤피,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윈저 공작부인, 노엘 코워드, 마르셀 버티스 등, 엘자 스키아파렐리의 친구들은 실로 20세기 창조적 유행의 선두주자들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이들이 협력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요! 저는 거듭되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어졌던 당시 문화∙예술계의 창조적인 정신과 눈부신 화려함을 이번 컬렉션 속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새 아파트의 개조 작업을 하는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엘지 드 울프(Elsie de Wolfe)의 작업들, 특히 그중에서도 그녀가 도로시 디 프라쏘 백작부인을 위해 디자인했던 베벌리힐스 주택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 집은 한때 마를렌 디트리히가 지냈던 곳이기도 합니다. 1938년 여름 베르사유의 빌라 트리아농에서 열렸던 전설적인 서커스 볼을 비롯해서, 서커스를 테마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꾸뛰르 컬렉션을 기념하기 위해 엘지 드 울프가 주최했던 유명한 무도회들 역시 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2017년 가을 룩은 크러시드 벨벳과 팬 벨벳, 앤티크 로즈 새틴 번아웃, 중국풍 풍경화가 프린트된 자카드 등, 강렬한 보석 빛깔이 더해져 대단히 럭셔리한 패브릭이 자아내는 최고의 화려함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패브릭은 피콕 컬러의 메탈릭사를 덧대어 직조하고, 금박 레이스로 트리밍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의 스타일링에는 트위드 소재의 청키한 트릴비 모자, 진주빛 광택이 돋보이는 스캘럽 프레임 선글라스, 황금빛의 엘리자베스풍 레이스로 장식한 옷깃과 소맷동, 비즈로 장식된 벨벳 파고다 케이프, 스키아파렐리 풍의 트롱프뢰유(trompe-l’oeil) 스웨터, 보석으로 장식된 새끼 고양이와 토끼 모양 브로치, 시퀸을 덧댄 와이드 스웨이드 벨트, 페루의 바로크풍 태피스트리가 들어간 핸드백, 시어링 소재의 트래퍼 모자, 매칭되는 플로럴 패턴의 스타킹과 제트 비즈로 장식된 빅토리아풍 롱부츠를 사용했습니다. 모델들의 헤어는 노엘 코워드의 연극을 각색한 영화 ‘즐거운 영혼(Blithe Sprit)’(1945)에 등장하는 우아한 유령을 모티브로 연출했습니다. 패션쇼 무대의 배경그림은 크리스티앙 베라르가 파리의 어느 시크한 나이트클럽을 묘사한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